세남자의 자동차 여행, 강원도편 두번째 이야기


 설악산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자 정선 민둥산을 찾았다. 민둥산은 정선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읍내에서는 2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 본래 민둥산은 차량 진입이 불가하지만 평일에 등산객이 별로 없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정상에서 1km정도 남은 지점까지 차량을 타고 진입할 수 있다. 물론 민둥산 아래에는 마을이 있어 원래 차량이 다닐 수 있긴하지만 길이 좁아서 주말에는 안전상 차량이 통제된다. 당일엔 차량통제를 하지 않아서 1.7km를 더 진입할 수 있었다. 



 민둥산은 1km만 올라가면 된다는 표지판을 보고 아무 준비없이 가볍게 다녀올 심산이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계속해서 가파른 언덕뿐이다. 산을 오르는 길은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될 만큼 잘 닦여 있었지만 가파른 언덕으로만 이뤄진 1km의 코스에 숨을 헐떡이게 된다.



 가파른 언덕의 연속으로 발걸음이 느려져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억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자 민둥산 능선을 따라 억새밭이 펼쳐지는 것이 장관이다. 설악산에서의 단풍을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 녹아내리는 순간. 단풍은 없지만 억새를 보며 앉아있으니 이제서야 가을같다.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민둥산 억새꽃축제도 민둥산역 근처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하산하면서 해가 지고 달이 뜨자, 자연스레 "달빛 좋다"라는 말이 나온다. 강원도 산속에서 맞이하는 달은 그 얼마나 운치있는가. 이에 갑작스럽게 다음 목적지에 영월 별마로 천문대가 추가되었다. 정선 민둥산에서 영월 별마로 천문대까지는 약 50km. 정선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뚫려있어 밤에도 비교적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별마로 천문대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어 야간에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별자리를 관측할 수 인원은 제한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은 필수. 별자리를 관측하기 전에 천체투영실에서 대형 돔 스크린을 통해 별자리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는데 실제 밤하늘을 보는 것만큼이나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어서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자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 입장료 5천원)



 별마로 천문대는 영월읍내에서 가장 높은 봉래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별자리 관람 후에는 천문대 옆에서 영월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김삿갓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에 아름다운 동강의 모습이 그야말로 그림같다. 시승하고 있는 차량은 캡티바 2.0 모델로 전륜구동이고 2.2 모델만 4륜구동이다. 하지만 본 기자는 무엇에 홀린듯이 4륜구동도 아닌 차를 타고 무작정 강으로 내려갔다. 강가엔 드넓은 수수밭이 조성되어있어 수수밭 사이를 지나니 원시림이라도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새롭다.



 이제 본격적인 강가, 강을 살펴보니 수심이 깊지않고 다행히 미끄러운 돌도 없다. 그럼 Go! 기어를 1단에 놓고 천천히 아주 지긋이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돌을 밟고 물을 튀기며 강을 건너려고하니 몸은 뒤뚱뒤뚱 좀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휙휙 제멋대로 돌지 않으며 섀시나 서스펜션 역시 잡음 하나없이 돌을 타넘는다. 



 여기서 빠지면 견인차도 들어올 수 없다는 불안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불안감은 얼마 가지 못했고 브레이크 디스크까지 물이 차오르는 깊이의 강에서 한참 동안을 나오지 않았다. 4륜구동도 아닌 녀석이 강에서 이렇게 잘 달려줄 줄이야. 이정도면 캡티바는 굳이 4륜구동 모델을 구입하지 않아도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극한상황은 무난하게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된 지 좀 된 차량인 것도 사실인데 그래서 이 차량의 성능이나 품질은 정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성능이나 완성도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할 지라도 정통 오프로더 차량이 아닌 도심형 SUV로는 오프로드를 권장하지 않는다. 차에도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오프로드 경험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강 한복판에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



 동강에서 한바탕 일을 치르고 한참을 달려 난고 김삿갓문학관에 도착했다. 문학관에는 난고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의 생애에 대한 소개와 영상 및 문학자료가 잘 정리 되어있어 평소 우리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면 한 번쯤 방문을 해서 지식을 쌓기 좋은 곳이다. (난고 김삿갓문학관 입장료 1천원)



 문학관에서 가까운 곳에는 김병연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는데, 김병연의 생가까지 가는 코스가 또한 예술이다. 김병연 생가까지는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지만 가파른 비포장 구간이 많다. 냇가도 여러번 건너야 하므로 SUV가 아닌 세단이라면 입구에 주차를 해 두고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통적인 초가집은 여전히 귀하고 운치있다. 하지만 마루에 시계와 같은 생필품들이 보이고 문도 잠겨있고 사람이 사는 곳 같다. 생가 옆 안내판을 보니 역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내부는 볼 수 없어 황당하기도하고 아쉬움도 남는다. 



 내려오는 길에는 잠시 걸었는데 밤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밤이 풍년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만 골라 주웠는데도 금세 한가득. 갓 주운 밤맛이 궁금해 겉껍질만 까서 먹어보니 떫지않고 오히려 달달하다.  



 김삿갓문학관을 다녀오는 길에는 조선민화박물관을 지나게 되는데, 여긴 반드시 가봐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스카이워크와 같은 5천원의 입장료만 내면 민화를 보면서 전문 해설가의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지식의 깊이를 넓힐 수 있다. 또한 뒷쪽 전시관에서는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춘화가 대거 전시되어 있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 입장료 5천원)



 영월에는 고씨동굴이나 청령포와 같은 관광지는 물론 곤충박물관, 사진박물관, 아프리카박물관 등 10여개가 훌쩍넘는 박물관들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영월에서 박물관 스탬프 투어도 추천한다.



 어느새 낙엽지는 가을이 왔다. 지금까지 기사로 소개된 여행지들은 대부분 당일여행도 가능하고 1박 2일로도 가능한 곳들이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엔 너무 예쁜 곳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하는 지금. 짧게라도 낭만이 가득한 가을여행은 꼭 떠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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