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가 아닌 최고의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시승기

아마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대중들은 소형 SUV의 첫 모델이 르노삼성 QM3라고 생각할 것 같다. 소형 SUV 시장에서 처음 성공하고, 또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 르노삼성 QM3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를 처음 출시한 건 2013년 2월에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였다.


예상보다 비싼 가격, 너무 진보적이었던 1.4리터의 가솔린 터보 엔진, 디젤 모델의 뒤늦은 출시, 사륜구동 모델의 부재, 시대착오적인 디자인, 아쉬운 편의사양까지, 안전성과 주행성능을 빼면 시체였을 정도로 상품성이 매우 부족했다. 당연히 경쟁 모델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갈 동안 쉐보레 트랙스는 월 1,000대 내외의 판매량에 만족하며 경쟁 모델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랙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부분변경 모델을 준비하면서도 세대 변경 모델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나의 두부처럼 둔탁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었던 정면은 듀얼-포트 그릴을 재해석해서 말리부나 스파크보다 훨씬 시원하고 강렬하게 표현됐다. 그릴의 상단부는 헤드램프와 맞닿아 너비를 더욱 강조해주고, 헤드램프는 최대한 크기를 줄이면서 스포티하게 디자인됐다.



후드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펜더도 함께 바뀌었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되는 주간주행등은 펜더로 이어지면서 일관성 있는 라인을 그려나가고, 작지만 옹골찬 분위기를 완성한다. 18인치 알로이 휠은 경쟁 모델과 달리 컬러를 넣지 않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 디자인으로 인해 오히려 더 안정적이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정면에 비해 후면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완성도는 굉장히 높아졌다. 테일램프에는 LED를 사용하면서 엣지가 강조됐고, 안쪽의 벌브 램프는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에 눈이 부시지 않도록 불투명하게 처리해서 기존보다 고급스럽게 디자인했다. 또 범퍼 하단에는 정면과 같이 날을 세워서 포인트를 강조했으며, 바디컬러가 더 많은 부분에 칠해져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실내는 말리부의 인테리어를 고스란히 트랙스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다. 지엠에서는 이 디자인을 듀얼-콕핏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탑승객을 감싸는 듯하면서도 탑승객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또 인스트루먼트 패널 높이를 낮춰 시야 확보에 유리하도록 했고, 꾸준히 지적됐던 계기반은 스파크와 동일한 것으로 변경해 시인성을 높였다. 스타트 버튼은 신모델에서부터 적용되며, 대시보드는 가죽, 센터페시아와 변속기는 하이그로시로 마감해 고급감이 크게 향상됐다. 



트랙스와 아주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인조가죽 시트의 질감마저 부드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디자인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이어서 투 톤이 적용돼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졌다. 또 전동식 조절장치도 추가되긴 했는데, 아쉽게도 슬라이딩만 지원하고 등받이 각도는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조수석은 최고급 트림에서도 전동식을 지원하지 않는다. 조수석 시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운전석 전동시트는 조금 더 제대로 만들어야 했는데, 다 잘해놓고 마지막 마무리가 아쉽다.




시승차는 1.4 가솔린 터보 모델로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을 발휘한다. 경쟁 모델인 티볼리 1.6 가솔린과 비교했을 때는 최고출력과 토크가 모두 훨씬 더 여유롭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마치 스파크를 타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출발되고, 변속도 부드럽게 이어져 나간다. 아주 편안하면서도 그렇게 힘이 여유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계기반으로 시선을 옮기면 이미 속도회전계는 바짝 꺾여있을 정도로 가속이 꾸준하고 부드럽게 지속된다. 



스티어링 휠은 크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일반 운전자들이 느끼기에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서스펜션은 SUV치고는 단단한 편이이지만, 르노삼성 QM3처럼 딱딱할 정도의 느낌은 아니다. 특히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롤을 억제하는 성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살짝 어색하다. 제동력이 조금 뒤쪽에 몰려있는 느낌이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잘 멈춰 서긴 하지만, 살짝 밟아서는 다른 차들에 비해서 밀리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실내가 바뀌면서 시트 포지션을 조금만 조절해도 시야가 굉장히 넓어진다. 운전하기 쉽고 편안하다는 뜻인데, 전방과 사이드 미러, 후방에서 사각지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단 사양도 많이 추가됐다. 40만 원 혹은 80만 원 상당의 세이프티 패키지를 선택하면,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전방충돌 경고,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는 완전히 정차시켜주는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차선유지 장치 등이 빠져있긴 하지만, 첨단 사양을 알뜰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건 꽤 큰 매력 중 하나다. 



엔트리 트림은 가격을 많이 120만 원 이상 내렸다. 주력 트림의 동결, 고급 트림은 인상으로 가격정책을 변경했다. 가솔린 모델을 고려한다면 꽤 괜찮은 가격에 완전 풀체인지 수준의 만족감으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건 디젤이다. 소형 SUV는 가솔린도 많이 판매되긴 하지만, 디젤의 선호도 무시할 수 없는데, 디젤에서 조금 탈만한 트림을 고르면 2,400만 원은 줘야 한다. 테일램프를 LED로 바꾸고, 18인치 휠을 장착하려면 최고급 트림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가격이 2,600만 원에 육박해서 굳이 소형 SUV를 구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된다. 


어쨌든 트랙스는 완벽한 변신을 이뤄냈고, 벌써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전계약이 1천여 대를 돌파했다. 기존에는 한 달 내내 팔아도 힘들었던 기록인데 굉장한 수치다. 이제 더 이상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최초로 출시된 모델이 아닌 최고의 소형 SUV라는 타이틀을 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오토트리뷴은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니며,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김영란법과는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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