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밉지만 인정,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 시승기

요즘에는 고성능 차량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포르쉐나 페라리, 맥라렌 등이 수퍼카에 극강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매우 핵심적인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대중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이번에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후자에 속하는데, 가속성능은 디젤이나 가솔린 3.0 대비 다소 답답했지만, 연비만큼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외관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과 다르지 않다.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17인치 에어로 다이내믹 휠과 측면의 블루드라이브, 후방의 하이브리드라는 앰블럼이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휠은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하면서도 디자인이 크게 어색하지 않게 다이아몬드 커팅을 통해 투 톤으로 완성해 깔끔하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라는 레터링이나 측면의 블루드라이브 앰블럼은 아이오닉과 동일하지만, 차량 분위기와 다르게 폰트 자체가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하이브리드 전용 리얼 코르크 장식이 사용됐다. 나름 새로운 소재를 장식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리얼 코르크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시트지를 붙여 놓은 것 같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실제로 본인이 봐도 그냥 시트지나 다름없어 보였다. 비싼 소재를 썼으면 비싸 보여야 하는 게 당연한데, 진짜를 사용하면서도 가짜처럼 보이는 마감이 안타까울 정도다.



실내에서 또 다른 차이를 찾자면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른쪽에는 속도 회전계가 그대로지만, 좌측으로는 차지, 에코, 파워로 나누어져 있는 게이지가 있어 현재 차량이 충전 중인지, 모터와 함께 경제적인 주행을 하는지, 아니면 엔진의 힘을 더 많이 사용해서 힘 있게 주행하는지 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배터리가 뒷좌석 시트 뒤에 위치하고 있어 트렁크는 좁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랜저는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으로 넣어서 일반 모델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426리터까지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그랜저만의 장점 중 하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2.4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요즘 말이 많은 세타 2엔진이다. 이 엔진은 하이브리드를 위해 다시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을 159마력으로 낮췄고, 최대토크도 21kg.m까지 내렸다. 대신 모터 출력과 토크가 받쳐주기 때문에 합산 출력과 토크를 감안해서 보면 무난한 편이다.



가속 시 속도 회전계는 평소 주행이 잦은 실용구간, 시속 100km 정도까지는 2.0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속도를 더 올리거나 과감하게 주행하기에는 차량의 반응이나 힘이 부족하다는 게 심각하게 느껴진다. 특히 추월할 때는 추월을 시도하는 본인의 모습이 민망할 정도로 생각보다 재 가속이나 추월 가속이 힘 있거나 빠르지는 않다. 주로 에코 모드로 주행했지만,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다고 해도 크게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출발은 모터로 시작하고, 힘이 부족하면 엔진에 시동이 걸리면서 가속을 하게 된다. 조용하게 바람소리만 듣고 주행하다가 갑자기 시동이 걸리면서 엔진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당연히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중간에 엔진에 시동이 걸릴 때의 느낌은 HG 대비 월등히 개선됐다.



또 반대로 제동 시 페달의 반응이나 조작할 때 발끝으로 전달되는 느낌까지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 HG에서는 제동을 하기 위해 페달에 밟을 올려도 브레이크가 충전과 제동을 동시에 하면서 밀리는 느낌과 이질적인 느낌 등이 참을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이번 IG에서는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돼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차량 특성상 핸들링과 서스펜션 테스트를 따로 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평소 주행에서 느낀 부분은 과거보다 핸들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현대차 중에서는 고급 라인업에 속하는데 핸들링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다. 물론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 고속 주행에서 잔진동까지 매끄럽게 걸러주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불편하지 않고, 주행 중 뒷좌석도 탑승감도 편안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비 때문이다. 시승을 위한 주행은 서울과 강원도를 왕복하면서 약 400km를 달렸다. 주유 게이지는 절반 정도 떨어졌고, 평균 연비는 리터당 13.9km를 기록했다. 이는 연비 주행은 모두 무시하고 과감하게 주행했을 때 기준이고, 같은 구간을 같은 운전 스타일로 그랜저 3.0 가솔린 모델로 주행했을 때는 리터당 7km도 기록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또 고속에서 시속 90~100km로 주행 시 리터당 16km 대를 기록했고, 서울 도심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보여 고속과 도심연비 차이가 별로 없었으며, 이는 인증연비와 비슷하다.



연비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변속기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6단 자동변속기라고 하지만, 최근 시승한 쏘나타 2.0 터보에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보다 어느 것도 나을 게 없었다.



예전에는 무조건 디젤이 좋다고 생각했다. 힘이 좋고, 연비도 좋아서다. 하지만 요즘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보면 하이브리드가 더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그랜저 디젤과 하이브리드 둘 중에 무엇이 좋겠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고민 없이 그랜저 하이브리드라고 말할 것 같다. 일단 하이브리드라서 각종 세금 혜택이 많다. 그리고 디젤 차량처럼 주행거리가 늘어나도 진동이 느껴지거나 시끄럽지 않다. 휘발유값이 경유 값보다 비싸긴 해도 도심 정체구간에서는 모터로만 이동하면 되고, 고속 주행에서도 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결국 주유비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직도 사용 중인 세타2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 중이고, 소비자들이 그토록 요구하는 R-MDPS도 여전히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랜저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편안함, 효율성까지 더했으니 얄밉긴 하지만 잘 팔릴 것 같기는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0) 트랙백(0)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