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대도 못 팔았던 비운의 기함, 대우 임페리얼

임페리얼은 대우차에서 1989년 2월에 출시한 후륜구동 고급 대형 세단이다. 한때 대한민국 중형차 시장과 대형차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던 로열 시리즈였지만, 현대차의 그랜저와 쏘나타의 등장으로 역습을 받아 밀려나게 된다. 대우차는 이를 만회하고자 로얄 시리즈의 최고급 모델인 임페리얼을 출시한다. 하지만 고급스럽고 멋진 생김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문제와 판매 부진이 겹쳐 4년 만에 단종된 비운의 차량이다.


(임페리얼의 기반이 된 수퍼살롱)

80년대 고급차 시장을 이끌었던 로얄시리즈

1980년대 고급차 시장은 로얄시리즈를 앞세운 대우자동차의 독점시대였다. 신진 자동차 시절 토요타와 제휴를 맺으며 조립, 생산한 크라운 때부터 대우의 고급차는 최고라는 인식이 뿌리내려 있었다. 더군다나 정부 정책 등의 호재로 인해 경쟁업체들을 따돌린 시기이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레코드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하여 고급차 라인업을 구성했다. 당시 대우차는 로얄 살롱, 로얄 프린스, 로얄 듀크 등 고급차 라인을 생산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왕좌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그랜저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한 대우차

대우차는 영광스러운 시절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던 1986년, 경쟁업체인 현대자동차에서 시리우스 2.4리터 엔진으로 무장한 그랜저가 등장하게 된다. 그랜저는 2리터 엔진을 장착한 로얄 시리즈를 가볍게 제압했고, 미쓰비시의 비교적 내구성 좋은 부품들이 장착되어 로얄의 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3.0리터 6기통 엔진을 장착한 임페리얼

결국 대우차는 더 이상 여유를 부릴 틈이 없게 되었고, 6기통 대형 세단 프로젝트 카드를 꺼내 들게 된다. 대우차는 1989년 2월 임페리얼을 발표하고 3월에 판매를 시작했다. 임페리얼은 4기통 제한이 풀리고, 처음으로 등장한 6기통 세단이었기 때문에 시리우스 2.4리터를 장착한 그랜저를 뛰어넘었다. 



임페리얼의 차체는 로얄 시리즈처럼 오펠의 레코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롱 휠베이스 버전인 세나토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세나토르는 수퍼살롱 차체의 기반이 된 차량이기도 했다. 자체적인 성능은 그랜저를 뛰어넘었는데, 당시 생소했던 보쉬제 ABS 브레이크를 탑재했고, 오펠의 6기통 3리터 엔진을 탑재해 국내 최초 3리터 차량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고출력 184마력의 힘을 자랑했으며, 최고 속력도 195km/h에 달할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다.  


성능만 두고 본다면 임페리얼의 엔진은 후에 등장한 그랜저 6기통 3.0 SOHC보다도 어느 정도 앞섰다. 직렬 6기통 엔진이라는 메리트도 있었기 때문에, 로얄 시리즈의 리더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급차다운 면모를 보였던 디자인

국산 고급차 최초로 C 필러 부분을 직각 형태로 세웠으며, 후기형에는 가죽을 덧대어 꾸민 캠백 스타일로 개성까지 갖췄다. 이런 스타일은 미국의 캐딜락이나 크라이슬러 등등의 차에서 인기 있던 스타일이었는데 국내에서는 아주 드문 형태였다. 또한 고급차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항공기를 연상시키는 센터패시아를 도입했고, 천연 송아지 가죽 마감을 사용하는 파격적인 시도까지 했다. 계기반도 트립 컴퓨터가 장착된 LCD 디지털 계기반이었다.



품질 문제가 판매량 하락으로

훌륭한 성능과 개성 있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임페리얼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캠백이나 랜도우탑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던 국내 운전자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또한 오펠의 엔진은 잦은 오버히트로 품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더군다나 잔 고장까지 많아 고급 승용차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로 인해 암울한 시기를 겪던 임페리얼은 총 863대만 생산된 후 1993년에 소리 소문 없이 단종되고 만다.



임페리얼 이후, 고급세단 시장에서 줄줄이 실패한 대우차

임페리얼의 데뷔 이후 대우차의 대형차 모델은 줄줄이 암흑기를 겪게 된다. 아카디아를 거쳐 GM대우의 스테이츠맨, 베리타스까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암흑기를 이어가게 된다. 한때 쌍용을 인수하여 체어맨으로 대형차 라인을 메꾸긴 했지만, 기간도 짧고, 쌍용차에서 출시했기 때문에 대우차의 대형 라인업에 넣기는 힘들다. 로얄 라인업에서 최고의 위치에 자리하는 임페리얼 이지만, 대우차의 화려함에 마침표를 찍은 비운의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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