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제라 버리고 그랜저로 미국시장 재도전?

작년 7월 미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아제라가 그랜저의 이름으로 다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말 미국 특허청에 그랜저를 상표 등록했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1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재도전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그랜저는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XG, 아제라의 이름으로 판매가 되어 왔다. XG와 TG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지만 HG 모델의 경우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2013년 1만 1,221대로 최고 판매를 이룬 후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2016년에는 5천 대 미만이 판매되었고, 출시 직전에는 매월 100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였다. HG의 국내 누적 판매량이 48만여 대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보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수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던 그랜저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한 이유는 애매한 포지션과 높은 가격 책정, 쟁쟁한 경쟁자로 나눠볼 수 있다.



그랜저는 대형 세단인 토요타 아발론, 닷지 차저, 크라이슬러 300, 쉐보레 임팔라 등을 경쟁 차종으로 설정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형 세단 캠리, 어코드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준대형이라고 불리는 세그먼트가 미국 시장 기준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종된 아슬란이 애매한 차급으로 인해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비슷한 부분이다.



HG 모델 출시와 함께 인상한 가격도 큰 무리수였다. 이전 세대 모델들이 저렴한 가격 정책과 더불어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면서 가격을 인상하자, 소비자들에게는 가성비라는 메리트가 사라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됐다. 결국 출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큰 폭의 할인을 시행하던 과거의 판매 행태가 계속 반복되었다.


중형과 대형 세단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경쟁자들도 큰 위협 요인이었다. 중형 세단의 베스트셀러인 캠리와 어코드는 매월 2~3만 대를 판매하는 절대적인 강자이고, 대형 세단도 임팔라를 비롯한 미국 차량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혁이 짧은 그랜저에게는 벅찬 시장이었다.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한 모델을 정리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도전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모델이 애매한 포지션을 취했다면 더 그렇다. 현대가 미국 시장에 투입할 그랜저는 내수용 모델과 실제 구성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K7의 미국형 모델인 카덴자가 적용한 것처럼 LED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패들시프트의 도입과 실내 우드 트림의 다양화같이 부분 변경과 고급화를 통해 현지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려 확실한 대형 세단의 외형과 실내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종된 아슬란의 후속을 미국 시장에 그랜저로 투입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그러한 시각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승용 세단 시장이 SUV에 조금씩 밀려나고 있고, 현대차의 중형 모델들이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내수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도 체험했다. 절대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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