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대한민국 수입차의 역사

수입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간다. 국내 브랜드에 비해 부족한 서비스 망을 확충하고, 판매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공식 수입된 연도를 기준으로 약 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수입차를 되돌아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진입 (1980년 대)

서울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87년, 국내 최초 공식 수입차는 한성자동차의 메르세데스-벤츠다. 대형차를 중심으로 한 첫 해의 성적표는 고작 10대 판매만 기록한다. 출시 초기는 수입차 50% 관세 부과로 인한 높은 가격과 수입차는 사치품이어서 구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소문 등으로 고전을 겪기도 했지만, 1995년 한-미 자동차 MOU 체결을 통해 관세와 취득세가 인하되면서 물꼬를 트기 시작한다. 1996년 수입차 개방 10년만에 누적판매 1만대를 기록한다.




미국산 차의 인기몰이 (1990년 대)

고급 세단의 이미지를 내세운 머큐리 세이블 LS, 캡포워드 디자인과 스포티함으로 차별화를 둔 스트라투스 LX, 유선형의 날렵한 차체를 뽐낸 토러스 LX 등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개별 모델의 연간 판매 대수는 1,000 대에도 못 미쳤지만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산 차량이 비교적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나, 90년대 말 IMF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아 1998년엔 1위 판매를 기록한 링컨 컨티넨탈도 1년 동안 고작 152대를 판매한다.




독일차와 일본차의 4강 구도 (2000년 대)

미국산 모델 위주의 수요가 유럽, 특히 독일 모델 위주로 개편된다. 초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주로 팔려 나가는데, 특히 BMW 5시리즈는 매년 판매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일본차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렉서스의 ES 시리즈는 연간 판매량 2,000 대를 꾸준히 넘기면서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혼다는 대중차 브랜드로서 CR-V와 어코드를 앞세워 판매 순위 상위권에 진입한다. 폭스바겐과 푸조, 아우디도 간간히 판매 10위권에 진입하며 수입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수입차 다양화 (2010년 대)

수입차 시장이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로 양분되면서 전체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유럽의 폭스바겐과 푸조-시트로엥,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미국의 포드를 중심으로 한 대중차들은 국내 완성차들의 중형, 준대형 차량 구매자들의 수요를 상당부분 끌어오게 된다. 바야흐로 수입차의 대중화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고급차 시장은 독일 3사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렉서스가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폭스바겐의 디젤사태로 인해 아우디가 한동안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재규어-랜드로버, 볼보가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독일차에 피로를 느낀 고객층을 흡수하는 추세다. 수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수퍼카나 럭셔리카도 점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차급의 수입차를 만나볼 수 있다.


대중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철수

한 때 수입차 판매사가 120개 전후로 늘어났지만 소수 브랜드에 인기가 편중되어 경영난을 겪는 중소 판매 딜러도 급증한다. 일부 브랜드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철수하는 쓴 맛을 보게 된다.



미쓰비시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랜서 에볼루션, 아웃랜더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있는 모델을 출시하지만 비싼 가격 책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여기에 전범 기업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이미지가 추락하여 결국 한국에서 철수한다.



중형 세단과 크로스오버, SUV 라인업을 출시한 스바루는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독보적인 박서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 랠리카 이미지를 버리고 애매모호한 마케팅 전략을 가진 것도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원인이었다.



철수라는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브랜드도 존재한다. 피아트는 브랜드 이미지와 차급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높은 판매가격을 책정해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를 만회하고자 실시한 파격적인 가격 할인은 기존 고객들의 마음조차 돌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공세

반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두 브랜드의 수입차 점유율은 50%를 넘어서 대조를 이룬다. 주력모델의 대대적인 할인과 신모델 출시로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보증 기간 연장 서비스와 파이낸셜 프로그램으로 문턱을 낮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디젤게이트의 여파를 틈타 하이브리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일본차들의 공세도 이어진다. 주요 부품 무상 보증기간을 연장하고,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등 점유율 확대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중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수입차 업계는 앞으로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2017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15%인 23만 대가 수입차다. 특정 브랜드들에 편중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인기 브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가격 할인 경쟁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도태되는 업체도 다수 생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차의 국내 진입도 앞으로 주시할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품질이 떨어지지만 그 차이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계속 해 오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국내 상용차 시장 진입을 계속 노리고 있으며 최근 전기버스의 국고보조금 지급 기준을 통과했다. 승용 모델에 편중된 수입차 시장에서 상용차라는 틈새 시장을 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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