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식인데 2019년형? 헷갈리게 만드는 이유는?

자동차 시장에서는 다른 분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곤 한다. 그로 인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표현들도 자주 보게 된다. 연식과 연형이라는 단어도 그러한 표현 가운데 하나다. 각기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 지 정리해 보았다.



연형, 가성비 좋은 마케팅 수단

연식은 자동차가 만들어진 연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즉, 자동차 등록증에 표시된 제작연도가 곧 연식을 가리킨다. 일반 식품이나 공산품에 표시된 제조일자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보다 쉽다. 


연형은 자동차 회사에서 만들어낸 용어다. 해당 연도에 주력으로 팔려는 모델을 가리키며, 먼저 출시된 차와 구분하기 위해 ‘몇 년형’과 같은 표현을 모델명 앞에 붙인다. 연형은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5~7년의 주기를 거쳐 완전 신차로 변경된다. 그 시간동안 경쟁사는 또다른 신모델을 출시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사 모델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차 혹은 구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신차 효과를 계속 누리고 경쟁 우위에 있기 위해 꾸준히 변화를 주면서, 언론과 시장에 이를 홍보하며 달라진 점을 계속 알리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연형 모델은 이미 출시된 차에 사양을 추가하거나 내, 외형에 작은 변화를 주면서 가격을 바꾸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을 두기 위해 연형이라는 표현을 덧붙이게 된다.



중형차를 통해 보는 연형의 예

지금 판매되고 있는 중형세단들을 통해 연식과 연형을 알아보면, 7세대 쏘나타는 2014년 완전 변경된 모델로 출시됐다. 출시 후 매번 2015, 2016년형 모델을 추가해 왔고, 2017년 내, 외장의 변화를 준 페이스 리프트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를 선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3월에는 2018년형 모델을 또 출시했다. 결국 2리터 가솔린 기본 모델을 기준으로 2015년 2,255만 원 ~ 2,860만 원의 가격대가 2018년형 2,260만 원 ~ 2,973만 원으로 인상된다.


2세대 K5는 2016년 시장에 등장한다. 역시 매년 연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2018년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디자인에 변화를 준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선보여 신차 효과를 다시 주고 있다. 2리터 가솔린 기본 모델 기준 2016년 2,204만 원~ 2,817만 원의 가격대가 2018년형은 2,250만 원~ 2,985만 원으로 바뀐다.



SM6는 2016년 첫 등장과 함께 중형차 시장에서 제법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다. 쏘나타와 K5가 매년 연형 모델을 출시하게 된 것에도 영향을 끼쳤다. 르노삼성차의 연형 변경 모델은 독특한 차체 색상을 전면에 내세우는 점이 다른 회사들과의 차별점이다. 2017년형 모델을 출시할 때는 아메시스트 블랙을 앞에 내세우고, 2019년형은 보르도 레드 색상을 강조한다. 2018년이 한참 남은 3월임에도 2019년형 모델을 출시하여 남은 기간 판매전략이 어떻게 수립될 지 주목된다. 2016년 2리터 가솔린 모델의 가격대가 2,420~2,995만 원이었는데, 2019년형은 2,450만 원~3,100만 원으로 다소 높아졌다.



2016년 4월 출시된 말리부는 쏘나타의 독주를 뒤흔들어 놓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신차임에도 구형 모델보다 100여만 원 가까이 낮은 가격을 책정한 것이 주효했다. 그로 인해 출시초기 차량 인도시기가 지연되는 일도 발생하는데, 이 기간에 2017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신차 출시 4개월 만에 2017년형 모델을 앞세워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고, 8천명에 달하는 기존 계약자들에게 가격이 인상된 모델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안내문을 발송하여 큰 원성을 받은 것이다.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되었던 모델이었지만 잘못된 판매 전략으로 인해 한순간에 이미지가 크게 추락하고 만다. 1.5리터 터보 모델의 주요 트림 기준 2,310만 원~ 2,910만 원이었던 가격이 2017년형 2,388만 원~3,284만 원으로 인상된 후 2018년형은 가격이 동결되었다.



연형 마케팅의 명암

연형은 마케팅 차원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자동차 제조사에 도움이 된다. 경쟁 구도를 계속 이끌어 갈 수 있고, 경쟁사들의 신차 출시 이슈에도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월 1일 르노삼성차가 클리오의 사전 계약을 내세우며 신차 출시를 알렸을 때, 현대차는 2018년형 엑센트 출시를 알리며 경쟁 차종인 클리오 대비 낮은 가격을 강조한 것이 주된 예가 된다.



또한 완전 변경 모델을 앞두고 가격이 인상될 때 소비자의 반감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가진다. 2013년 출시된 3세대 카렌스는 5인승 1.7디젤 모델이 2,085만 원에서 시작했지만, 거듭된 변경으로 인해 2017년형은 시작 가격이 2,410만 원으로 크게 인상된다. 2019년 4세대가 2,500만 원의 가격대를 가진다면 3세대 초기 모델과는 거의 500만 원에 육박하는 큰 가격차가 발생하지만, 직전 모델과 비교해보면 수십만 원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잦은 변경은 기존 구입자들에게 불만을 야기할 수도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랜저는 2018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블루링크 장착에 5년간 무상사용 혜택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고,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돼 일부 소유자들이 2017년형 구입을 후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입차에는 연형모델이 없는 이유

주문 후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국산 자동차와 다르게 수입차는 완성차 형태로 차량을 들여오므로 연형 모델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선택 사양을 일일이 고르기가 힘든 만큼 잘 팔리는 모델 위주로 대량 수입하여 판매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재고 차량의 처분과 신차 할당 수량도 연형 모델 도입을 어렵게 한다.


수입차는 연형 마케팅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대신 트림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은 세계 시장에서 주력 트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시장에서 만큼은 대대적인 할인으로 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력과 선택 사양이 다소 부족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E클래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한 것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모델들은 트림 세분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BMW 미니가 정기적으로 스페셜 모델을 출시하는 것도 연형 모델 대신 수입차 시장에 맞게 선택한 판매 전략으로 보면 된다.



연형, 꼭 알아야 할까?

신차를 구입할 때는 대부분 필요한 사양을 계약할 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큰 관계는 없다. 그러나 그랜저처럼 신규 사양의 적용 여부가 연형 모델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계약 이후 모델 출시 상황을 미리 살펴보아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중고차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연형보다는 연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일자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는 중고차는 딜러에 따라 연형과 연식이라는 표현을 혼용하기도 한다. ‘2017년식’과 ‘2017년형’은 분명히 다르므로 자동차 등록증에 기재된 날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같은 연식의 차를 여러 대 보게 될 때는 연형 모델이 포함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금액차이가 크지 않는다면 같은 연식 중에서도 최근 연형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 사양 적용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형모델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차 하나로 여러 가지 광고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므로 더욱 매력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소비자의 반감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말리부의 가격인상, 2018년형 그랜저의 출시로 인해 기존 계약자와 구입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점은 자동차 회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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