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차도 있었나? 비운의 국산차들 - 1편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이름을 널리 알리고 오랜 세월을 살고자 하는 소망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들도 새로 출시한 모델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이름이 계속 이어지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소망과는 달리 유독 단명하게 된 자동차 모델들도 있다. 출시 후 굉장히 짧은 시간만 생산되었거나, 후속 차종 출시 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몇 가지 모델들을 살펴본다.



애매한 차급 1 : 마르샤

현대차의 마르샤는 1995년 쏘나타 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이다. 2리터와 2.5리터 엔진으로 중형차 쏘나타와 대형차 그랜저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맡았으며, 준대형 세단의 뿌리와 같은 차로 볼 수 있다. 출시 당시 그랜저 급의 각종 편의 장비와 안전 장비 등을 쏘나타에 담아낸 고급 중형 차로 콘셉트를 잡았다.



최고출력 173마력 V6 2.5리터 엔진은 주행성능이 뛰어났고 전자식 서스펜션, 전자동 에어컨 등의 고급 편의사양을 장착했다. 그러나 차체 크기가 쏘나타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고 조금 더 보태서 그랜저를 사는 게 낫다는 의견들이 많아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마르샤 V6 2.5리터 고급형 모델의 시판 가격이 2,440만으로 뉴그랜저 V6 2.5리터 모델의 2,650만 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보면 제품과 가격 포지셔닝이 애매했음을 알 수 있다. 3년 7개월간 판매되고 단종됐으며, 후속 모델로 개발 중이었던 XG는 그랜저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애매한 차급 2 : 아슬란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에 더불어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가 현대자동차의 기함이 되는 상황에서 3리터 이상 대형 세단으로 출시했다. 그랜저와 G80 사이 간극을 메우면서, 4~5천만 원대 수입 세단의 대항마로 자리 잡을 계획이었지만, 마르샤처럼 차급이 애매했다. HUD와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같은 고급 사양을 장착하면서도 그랜저 HG에 사용된 부품을 그대로 사용해 차별화가 어려웠고, 승차감이 좋은 전륜 구동 대형 세단이라는 콘셉트가 최근 소비자들에게 와닿지 않았다. 2014년 출시되어서 2018년 1월 단종될 때까지 3년 2개월 동안 약 1만 3천여 대의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막강한 경쟁상대 : 테라칸 VS 렉스턴

테라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생산한 프레임 보디 타입의 대형 SUV 모델이다. 시장에서 완전히 실패한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경쟁 모델의 선전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됐다.


첫 등장부터 경쟁 모델인 렉스턴에 비해 파워트레인이 열세였다. 출시 초기 갤로퍼에 사용되던 최고출력 103마력 2.5리터 터보 인터쿨러 엔진을 사용해 부족한 성능으로 혹평을 받은 후 150마력 2.9리터 CRDI 엔진으로 변경했다. 후기형인 테라칸 파워 플러스는 174마력까지 성능을 올렸다. 단종될 때까지 5단 수동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만 사용됐다. 


이와 달리 렉스턴은 120마력에서부터 176마력까지 지속적인 출력 상승을 했고, 일부 라인업에 메르세데스-벤츠의 5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 차별화했다. 테라칸이 출력을 높여 우세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면, 바로 렉스턴이 보다 더 높은 출력으로 맞대응해 판매 시기 내내 렉스턴에 밀린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차량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 디자인도 열세의 원인이었다. 렉스턴은 국내 SUV 가운데 가장 고급스럽고 성능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강했으며 첫 출시 때 디자인 부문에서 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반면 테라칸은 이전 세대 갤로퍼에서 계승된 듯한 각진 차체와 오프로더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인해 세련된 이미지를 갖지 못했다. 


테라칸은 5년여 기간 동안 국내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만 5천여 대를 달성했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대형 SUV 베라크루즈의 출시로 인해 단종된다.



실패한 가지치기 모델 : 아반떼 쿠페

아반떼 쿠페는 베스트셀러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가지치기 모델로 2013년 4월에 출시됐다. 175마력 2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하여 세단과 차이를 두었으나. 도어 갯수를 제외하면 일반 세단과 거의 동일했다. 쿠페로서의 가치는 벨로스터는 물론이고 204마력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 K3 쿱에 비해 나은 점이 없었다. 결국 출시 후 500대도 못 팔고 2015년 4월 단종됐다.



부족한 상품성 : 알페온

북미 시장에 출시돼 인기를 모은 프리미엄 대형 세단 라크로스는 2010년 알페온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다운그레이드를 거친다. 4륜 구동과 HUD,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빠지고, 기본 에어백도 10개에서 6개로 줄이는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급 편의 사양들을 제거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트림의 가격은 경쟁 모델인 K7이나 그랜저보다 비쌌다. 자동변속기의 문제마저 맞물려 주행성능에 큰 불만을 야기했고 여러 차례 개선 모델을 출시했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2015년 단종되면서 쉐보레 임팔라가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잘못된 가격 정책 : 크루즈

좋은 상품성으로 인기를 모았던 크루즈는 2017년 2세대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 논란이 생겼다. 자동변속기가 달린 기본 모델이 동급 준중형에 비해 약 300만 원 비싸게 책정되었고, 최상위 트림은 2,400만 원대로 중형차 가격에 육박했다. 편의 사양을 조금 추가해도 트림 별 가격 차이가 260만 원 가량 나서 실 구매자들의 원성을 대대적으로 사게 된다.



아무리 기본기를 잘 갖추었다 자부해도 차급을 뛰어넘는 가격 책정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뿐이었고, 뒤늦게 200만 원 가격을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출시 직후 발견된 결함으로 인해 실제 인도 시기가 늦어진 점도 인기 하락에 불을 지피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신차 출시 후 약 3개월간 높은 판매가 이뤄진 후 조금씩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와 비교해 보면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전락하게 됐다. 한국 GM 군산공장의 폐쇄 여파로 2018년 단종이 결정돼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단명한 다른 차량들도 다수 존재한다. 또 다른 어떠한 모델들이 있는지 다음 시리즈에서 계속 다룰 예정이다.


kjh@autotribune.co.kr



댓글(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