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성장을 주도한 XC 시리즈 3종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최근 1, 2년 사이에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볼보를 말할 수 있다. 새로 출시한 모델들은 수려한 내, 외관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 및 안전장비는 물론 기본적인 성능도 탄탄히 갖췄다. 여기에 더해 스칸디나비안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고급 브랜드로의 입지까지 구축한다. 볼보 성장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XC 시리즈 시승 행사에 참석해 각 모델의 면면을 체험했다.



지난 10월 25일 강원도 정선 파크로쉬에서 열린 행사는 볼보 자동차의 XC 라인업 소개와 볼보의 주요 안전 장비에 대한 상세한 안내, 그리고 XC 40과 XC 60, XC 90 세 가지 모델을 각기 다른 코스에서 시승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볼보의 안전 철학은 ‘인텔리세이프’라는 이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인텔리세이프는 안전한 차체와 관련된 수동적 안전 장비와 사고 예방 및 피해 최소에 주력한 능동적 안전 장비 2가지 부면으로 나눌 수 있다.



차체 구조에 주력한 수동적 안전 장비는 다양한 강도를 가진 소재를 적재적소에 기능적으로 배치하고, 레이저 용접으로 단단한 차체 구조를 형성한다. 충돌 에너지를 흡수 및 분산시켜야 하는 크럼플 존은 보다 낮은 강도의 소재를 사용하고, 승객 탑승 공간은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충격으로부터 탑승객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주된 골격이다.


 

능동적 안전 장비는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충돌 경고 완전 자동 제동과 교차로 지원 장비,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및 대형동물 감지 자동 제동 기능이 포함된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사용해 구현되며, 감지 및 확인 2단계로 사물을 판별해 가독성을 높인다.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 그리고 대형동물은 카메라가 사물을 먼저 인식한 후 차체에 저장된 템플릿과 비교해 카메라에 비친 사물이 어떠한 종류의 것인지를 판별한다. 운전자가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조향과 제동에 개입해 최대한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인텔리세이프 안전장비는 XC 라인업의 전체 모델,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돼 볼보의 안전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XC 90 T8 AWD 엑설런스

첫 번째로 시승한 XC 90 T8 엑설런스는 볼보의 기함 XC 90의 최상위 트림이다. 최대 7인까지 탑승 가능한 차체를 4인용 럭셔리 모델로 꾸미고 가격은 1억 3,780만 원에 달한다. 외관에서는 크롬으로 된 윈도우 라인과 필러, 도어 하단의 엑셀런스 레터링, 21인치 휠과 후면부 왕관 모양 배지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한다.


   

XC 라인업의 최고 등급인 만큼 실내는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대시보드와 센터패시아는 물론 선바이저 표면까지 가죽으로 덮고 세밀한 스티치를 더한다.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19개의 스피커를 실내 곳곳에 장착해 최고급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센터패시아의 9인치 디스플레이는 볼보 모델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각종 차량 조작 메뉴가 삽입된다. 디자인 측면에서야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조작감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인 사용에 불리하다는 점과, 디스플레이 표면이 지문으로 쉽게 얼룩지는 점이 아쉽게 여겨진다. 센터 콘솔의 기어 레버는 오레포스 크리스탈 글래스로 제작된다. 그렇지 않아도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에 방점을 찍는 요소다.



실내 대부분의 장치는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글로브 박스마저도 센터패시아 하단의 버튼으로 열리는 전동식 구조로 돼있어 고급스럽다.



나파 가죽 시트는 감촉이 부드럽고 착좌감이 우수하다. 전동식 위치 조절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갖춰진다. 모든 기능은 시트 측면 하단의 다기능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고, 많은 기능들이 내장돼 있어 중앙 디스플레이에 해당 기능을 하나씩 살펴보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버튼의 방향과 실제 장착된 버튼 방향이 온전히 일치하지 않다 보니, 올바로 시트를 세팅하려면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2열 편의장비는 럭셔리 세단을 연상시킬 만큼 풍부하고 고급스럽다. 1열처럼 독립식으로 구성된 시트는 물론, 센터터널에는 독립식 공조장치와 수납식 테이블, 냉, 온장 음료 보관함도 갖춰진다. 트렁크와 실내를 격벽으로 분리해 각종 소음과 적재공간의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시켜 준다.



XC 90 T8에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적용된다. 가솔린 엔진은 전륜을, 전기모터는 후륜을 담당해 사륜구동을 지원하며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2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1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전기모터는 87마력, 24.5kg.m의 성능을 내 총 시스템 출력은 405마력에 달한다.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외부 충전도 되지만 주행 중 충전 역시 가능하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24km까지 가능한데 시승차량은 완충된 상태가 아니라 주행 중 충전 모드를 사용했다.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될 때의 정숙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에도 실내는 별반 차이 없이 고요한 수준이다. 가속 페달 반응과 미미하게 들려오는 엔진음을 통해 엔진 개입 여부를 판별할 뿐, 어떤 상황에서도 외부 소음은 극도로 제한된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향이 가능해 무겁다기보다는 든든하다는 느낌이 어울린다.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차선 인식 기술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함께 작용된다. 계기반 하단의 스티어링 휠 아이콘이 녹색으로 변하면 기능이 활성화됨을 알려주는데, 아직까지는 운전을 보조하는 개념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노면 상황과 관계없이 내내 탑승객을 편안하게 만든다. T8의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차고를 자동 조절해 운전자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제동 자체는 상당히 부드럽지만, 제동 페달은 답력이 센 편이라 어느 정도 힘을 가해야 원하는 만큼의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하다.



XC 90 T8 시승코스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로 구간이 포함돼 있어 다이내믹 주행 모드도 활용할 수 있었다. 다이내믹 모드로 변환하면 에어 서스펜션이 지상고를 20mm 낮추고 쇽 업소버의 특성이 단단하게 변한다. 내내 조용했던 실내에는 의도적으로 소리를 키운 엔진음이 스며든다. 가속 페달의 반응도 민감하게 바뀌고, 변속 시점이 변화해 한결 달라진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다.



XC 40 T4 AWD 모멘텀

중간 기착지에서 오프로드 구간 시승을 위해 XC 40으로 차량을 교체했다. 구간 이름은 오프로드지만 극단적인 주행 상황을 테스트하는 곳이 아닌, 비포장 산길을 체험하는 구간이다.



XC 40은 기함 XC 90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내 디자인에 공통점이 많다. 물론 차급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용된 소재는 차별화한다. 가죽 소재는 시트와 암레스트, 스티어링 휠과 같이 접촉이 많은 부분에 집중 사용된다. 도어 내부나 대시보드 등에는 직물과 플라스틱 등의 소재가 혼용된다. 상위 모델과 비교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은 다소 부족하지만, 디자인을 통해 소재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XC 90과 동일한 9인치 디스플레이는 실내를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하단의 넓은 수납공간은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은 기능면에서는 상위 모델들과 동일하게 구성된다. 차이점은 우드나 가죽, 하이그로시와 같은 고급 소재 사용 빈도를 줄였다는 정도다.



디지털 방식의 12.3인치 계기반은 내비게이션 화면도 구현된다. 내비게이션 화질 자체는 좋지만, 표시되는 정보가 빈약하다는 점은 볼보, 그리고 대다수 수입차 브랜드들이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면이다. 그래도 계기반에 구현되기 때문에 운전 중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는 점은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이번 시승 모델인 XC 40 T4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2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고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근 등장한 경쟁 모델들보다 크게 뛰어난 출력을 보이는 파워트레인은 아니지만, 1.7톤의 차체를 구동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큰 불편함이나 스트레스 없이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XC 40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탄탄한 주행감을 선사하고, 노면이 고르지 못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줄곧 느끼게 해 준다. 포장도로에서 매끈하게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감각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 정도 승차감이면 외곽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이동하거나 비포장 산길을 운행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비포장도로였지만, 통행량이 많아 오프로드 모드를 많이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차속이 40km/h로 제한되기 때문에 다른 차량 통행에 방해를 줄 수 있어서다. 오프로드 모드로 전환하면 사륜구동 시스템과 저속 주행 시스템,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 등이 활성화된다.



XC 60 D5 AWD 인스크립션

마지막 시승코스는 늦은 오후에 시작돼 초저녁까지 이어지도록 마련됐다. 작년 9월 출시된 2세대 XC 60은 볼보 코리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은 2,118 대로 볼보 브랜드 전체 판매 모델 가운데 약 26%의 점유율을 나타낸다.



XC 60은 XC 시리즈 가운데 상품성이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구성은 XC 90이 잘 표현하고 있지만, 기본 트림 시작 가격이 8천만 원 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XC 40은 실내 마감과 소재 부분에 있어서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다소 애매하다. 그런 면에서 XC 60은 볼보 브랜드가 자랑하는 가성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실내는 우드와 가죽, 금속이 고루 적용된다. XC 90처럼 선바이저까지 가죽으로 감싸지는 않았지만, 고급 가죽 사용 비율을 대폭 높이고 상위 트림은 나파 가죽 시트도 적용한다. XC 90처럼 마사지 기능은 물론 허벅지 부분 연장 기능까지 동일하게 구현된다.



9인치 디스플레이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 기능이 지원된다. 이번 시승 구간에서는 순정 내비게이션 대신 카플레이를 연동해 카카오내비를 사용했다. 9인치 화면 전체가 내비게이션으로 전환되지는 않고 약 50%가량만 화면 하단에 표시된다. 기본 디스플레이 화면이 크기 때문에 표시되는 영역은 문제없지만, 화면 상단으로 위치를 옮긴다면 보다 시인성이 높아질 수 있겠다.



여느 모델들처럼 XC 60에도 2리터 엔진이 장착된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의 디젤 엔진은 0-100km/h 가속에 7.2초가 소요되며 공인 연비는 12.9km/l에 달한다.



2리터 디젤 엔진은 동급 모델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다소 앞선다. 특히 최대 토크가 1,750~2,250rpm 구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 영역에서의 가속감은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 굳이 파워모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른 가속을 꾸준히 보여준다. XC 60은 다른 XC 시리즈와 다른 드라이브 모드 명칭을 사용한다. 에코모드는 퓨어, 다이내믹은 파워모드로 표현하고, AWD모드가 별도로 존재한다.



XC 60 D5를 시승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디젤 모델임에도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시승 당일 탑승한 유일한 디젤 모델이었음에도 크게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XC 40 가솔린 모델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외부 소음을 차단해 방음에 철저히 신경썼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18년 누적 판매량이 2013년 대비 70%가량 증가된 197,055대를 기록했다. 그중 세단 모델이 48% 증가에 그친 반면, SUV 모델은 141%나 증가해 시장 흐름이 SUV에 집중됨을 볼 수 있다. XC 라인업은 신형 모델이 출시되기 시작한 2016년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데, 2018년도는 4,500여 대(전체 판매량 8,500대)까지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 관계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019년 초 목표 물량을 뛰어넘는 더 많은 모델을 국내에 수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더해 크로스 컨트리를 포함한 SUV 판매 비중을 75%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신모델로 친환경차 라인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 현상에서 볼보 코리아가 국내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해 수입차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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