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국산 MPV의 단종, 왜 이렇게 됐을까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지난 10월 국산차 판매량은 13만 9,557대를 기록해 전월 대비 26.7%나 상승했다. 대부분의 차량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대 혹은 0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이 등장했다. 



1 대 팔린 모델은 기아자동차 카렌스, 0 대를 기록한 모델은 쉐보레 올란도다. 두 모델 다 이미 단종된 상태로, 10월의 저조한 판매량은 남아있는 재고 분량이 소진된 결과로 파악된다. 이로써 흔히 MPV라고 불리는 준중형급 미니밴은 이제 국산차 가운데서는 선택조차 할 수 없다. 대형 미니밴인 카니발이 매월 6천 대가량 팔리며 인기를 끄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1세대 카렌스


미니밴 모델은 2천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아자동차는 카렌스와 카스타를 통해 5~7인승 미니밴 시장을, 카니발을 통해 7~9인승 미니밴 시장을 이끌어갔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에는 레조라는 모델을 출시해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1.5세대 카렌스


준중형 세단을 베이스로 만든 미니밴은 최대 7인까지 탑승할 수 있도록 실내 구조를 설계하고, 저렴한 연료인 LPG를 사용해 경제성에도 초점을 맞춰 실용적인 차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보다 넉넉한 차체 크기와 파워트레인을 갖춘 카니발이 꾸준한 인기를 거듭한 것과 달리 준중형급 미니밴은 차츰 시장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


2세대 카렌스


카스타 단종 이후 기아자동차 준중형 미니밴 라인업은 카렌스로 압축됐다. 3세대까지 출시된 카렌스는 레조가 단종된 2007년 이후로는 한동안 국내 유일 준중형 미니밴으로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주력인 LPG 엔진 외에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디젤 엔진을 추가하고 외관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판매량 감소는 막을 수 없었다. 사실상 7인 탑승이 어려운 작은 차체와 경제성과 거리가 먼 가격 책정 등으로 인해 초반의 인기 요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난 2011년 한국지엠에서 선보인 올란도는 디젤과 LPG 두 가지 엔진을 장착하고, 보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 사양으로 인기를 모았다. 탄탄한 주행성능과 뛰어난 안정성도 갖춰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장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은 모델이었다. 일부 트림은 택시로도 판매될 만큼 활용성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인기가 점차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2018년 2월 군산공장 폐쇄에 따라 단종 처리됐다.



카렌스와 올란도의 단종에는 SUV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여가 활동의 증가와 보다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려 미니밴에 대한 잠재 수요가 SUV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탑승 편의성, 공간 활용성을 골고루 갖춘 SUV에 사람들의 선택이 몰리기 시작했고, 준중형 미니밴은 다소 애매한 차종으로 남아있게 됐다.



거듭된 연식변경마다 큰 폭으로 오른 가격은 미니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이었다. 단종 전 모델인 3세대 카렌스의 가격은 LPG 모델이 1,880만 원~2,184만 원, 디젤 모델이 2,415만 원(5인승 2,366만 원)에 달하고, 올란도는 LPG 모델이 2,118~2,669만 원, 디젤 모델이 2,361~2,916만 원에 책정된다. 이 금액대는 준중형 SUV인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는 물론 중형 세단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준중형 미니밴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카렌스, 올란도 연간 누적 판매량


20년의 역사를 간직해 온 카렌스는 2013년 3세대 모델이 출시될 때 판매량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이후로는 계속 하락해 2018년 누적 판매량은 1,712 대에 불과하다. 2015년까지만 해도 높은 인기를 누렸던 올란도 역시 차츰 판매량이 하락해 2018년 누적 판매량 2,171 대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국내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준중형 미니밴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대 11인까지 탑승 가능한 기아 카니발과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를 제외하면 MPV 차종에서는 선택지가 없다. SUV의 인기가 갈수록 더해지고, 제조사들도 SUV 라인업을 보강해 나가는 현 상황 속에서 준중형 미니밴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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