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리터 V8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준하 기자] ‘그래서… 대체 카마로가 무슨 뜻이라는 겁니까?” 카메라 셔터 소리와 질문 공세로 가득 찼던 장내가 일순간 고요해졌다. 선뜻 나서 대답하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한 쪽 구석에 서있던 쉐보레의 팬서 프로젝트 매니저가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카마로는 작고 포악한 동물의 이름입니다. 머스탱을 잡아먹는, 그런 육식 동물 말입니다.”



1966년 6월 28일 머스탱의 대항마, 카마로는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판매가 시작된 1967년 이후, 머슬카 시장에서 머스탱과 경쟁 관계를 이루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모델이다. 2016년 국내에 발길을 들인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 6세대 카마로 SS를 시승했다.



프로젝션 타입 렌즈와 LED 주간주행등이 삽입된 헤드램프는 차체에 비해 크기가 작다. 먹잇감을 바라보며 눈을 살짝 치켜뜬 육식동물 같은 느낌이다. 상하로 나누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격자형 그래픽이 적용돼 역동성을 살린다. 낮고 길게 깔린 후드는 맹수의 발톱이 할퀸듯한 직선과 열 배출구가 자리 잡는다. 번호판 옆에 배치된 SS 배지는 슈퍼 스포츠(Super Sport)의 약자로 레드 컬러를 입혀 강렬하다.



낮게 웅크린 차체는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높게 솟은 도어와 극단적으로 작아진 윈도우로 인해 차체가 크게 느껴진다. 카마로는 쿠페이다 보니 도어의 길이가 상당히 긴 편이다. 좁은 주차장일 경우 문을 활짝 열지 못해 탑승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 루프에서 뒤로 갈수록 급격히 꺾여 내려가는 라인은 쿠페의 날렵함을 살려준다. 20인치 휠은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가 함께 쓰이고,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에는 카마로 각인이 새겨진다. 



후면부는 트렁크 위에 자리 잡은 스포일러와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로 폭이 더 넓어 보인다. 범퍼 하단은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하고, 반사경과 LED 후진등,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자리 잡는다.



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이 극도로 낮아서 탑승할 때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느낌이 날 정도로 몸을 들이 밀어야 한다. 윈도우 크기가 작아 운전석에 앉으면 외부 시야가 상당히 차단된 느낌이 든다. 실내는 가죽과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된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지만, 출시된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다.



센터패시아의 8인치 디스플레이는 낮게 배치되고, 아래쪽으로 경사가 기울어져 시인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시트 열선 및 통풍 버튼, 공조장치가 배열된다. 터빈을 형상화한 대형 송풍구는 테두리를 돌리면 온도가 조절되는데,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을 잘 살려낸 부분이다.



반펀칭 처리된 D 컷 가죽 스티어링 휠 너머에는 패들시프트가 장착된다. 계기반은 아날로그 방식의 회전계와 속도계 사이에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삽입된다. 유량계와 전압계 등이 배열되고, 주행 속도와 G 포스, 평균 연비 등이 표시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마로의 가죽시트는 스포츠 버킷 시트는 아니지만, 주행 중 몸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잡아준다. 등받이에는 레드 컬러로 SS 마크를 박아 정체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쿠페 모델은 대부분 안전벨트 연장 장치가 마련되는데 카마로는 그런 편의 사양이 없다. 앞 좌석에 앉은 후 벨트를 매려면 몸을 상당히 비틀어 벨트를 앞으로 당겨야만 한다. 고급 브랜드 모델처럼 전동식 구성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앞으로 빼놓는 배려는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2열은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최소한 주행하면서 탈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헤드룸도 좁고 레그룸은 여유 공간이 전혀 없다. 가방을 비롯한 소지품을 넣거나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정도로나 활용할 수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나지막이 그르렁거린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용한 편이지만, OHV 엔진 특유의 진동은 공회전 시에도 울렁거리는 느낌이 난다. 카마로 SS에 장착된 6.2리터 LT1 V8 엔진은 최고출력 453 마력, 최대토크 62.9kg.m의 힘을 발휘하며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가속 페달에 살며시 힘을 가하면 차체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출차 시나 도심 주행에서 일상적인 주행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조율됐다. 물론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앞으로 뛰쳐나갈 준비도 돼 있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억제돼 대배기량 스포츠카 다운 소리는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진은 굉음을 내뿜고, 몸은 시트로 찰싹 달라붙게 되며, 배기음은 연신 포효하기 일쑤다. 밟을수록 운전자를 부추기는 느낌이 들어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고 싶은 본성과 안전 속도를 유지하려는 이성이 수시로 충돌하게 된다. 정체가 그리 심하지 않은 도심지에서는 6km/l 수준의 연비를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연비 테스트를 위해 정속 주행을 한 결과 놀랍게도 13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6,162cc라는 엔진 배기량을 생각하면 이러한 결과는 의외다. 높은 연비는 가변 실린더 휴지 기능과 8단 자동변속기의 덕이 크다. 가변 실린더 휴지 기능 AFM은 계기반을 통해 실시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연달아 가속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시로 V8에서 V4 모드로 바꾸게 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 스포츠, 트랙, 스노우 4가지로 이뤄진다. 스포츠나 트랙 모드로 변환하면 가속 및 조향 반응, 승차감 등이 한결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사실 공도에서는 투어 모드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정통 스포츠카임을 감안해도 승차감은 그리 안락하지 않다. 작은 요철이나 둔덕을 지날 때 차가 요동치며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많았다. 고속 주행에서 커브길을 만났을 때는 스티어링 휠에 힘을 가해 조향을 반복해야 할 정도로 불안하기도 했다. 카마로에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MRC가 장착되는데, 제대로 기능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승차량의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운전 성능과 승차감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카마로에는 삼색으로 된 방패 모양 배지가 삽입된다. 카마로(camaro)는 프랑스어로 친구라는 뜻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국기가 연상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러나 카마로의 3색 배지는 미국 국기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게 제조사의 공식 입장이다.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시다.



2인승 쿠페로서 넉넉한 차체와 강력한 V8 엔진이 상징적인 머슬카는 시대 상황에 따라 정체성을 일부 타협하는 때도 있었다. 오일쇼크 때는 4기통이나 6기통 모델만 내놓기도 했었고, 최근엔 터보 차저를 장착한 4기통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머슬카의 가치는 본연의 모습을 간직해야 빛을 발한다. 카마로 SS는 그런 면에서 정통의 가치를 계속 이어가는 우직함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곧 출시될 부분 변경 모델은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의 기본기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낼지 기대된다.


kj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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